서론: 전쟁이 바꾼 일상
키이우에서 살던 19층 아파트는 전쟁 전에는 나에게 큰 기쁨을 주는 장소이자 나의 자랑이었다. 창밖으로 드니프로 강과 도시의 불빛이 펼쳐졌고, 높은 층은 한국의 “로얄층”처럼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곳이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정전이나 단수는 없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러시아가 대규모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전력망이 붕괴되고 정전이 빈발하며, 단수가 뒤따랐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19층은 생존의 시험대가 되었다. 전력과 수도의 붕괴는 삶의 기반을 흔들었고, 이는 북한 장사정포 위협 아래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 시사하는 바가 커서 이 글을 작성해 본다. 이 글은 2022년 10월부터 겪은 나의 경험을 통해 전력 붕괴와 주거의 관계를 탐구하고, 서울에 적용해 본다.
19층의 정전: 10월의 악몽
2022년 10월, 러시아는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과 드론을 집중 투하했다. 내가 살던 아파트 근처 변전소가 폭격을 맞아 불길에 휩싸였고, 밤이 되자 전기가 끊겼다.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19층에서 지하 대피소로 내려가기 위해 어두운 계단을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계단에는 비상등마저 꺼져서 그야말로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이동 할 수 밖에 없었다. 러시아군은 송전탑과 변전소, 발전소 등을 노렸고, 이후 키이우와 많은 도시들은 하루 4~12시간씩 정전을 겪었다. 전력망의 50% 이상이 파괴되며 난방도 중단되었다. 10월이후 겨울의 쌀쌀한 날씨 속에서 난방도 없이 지냈던 그곳에서의 시간들은 여전히 추위를 느끼게 한다. 전력 붕괴는 고층아파트의 모든 편의를 무력화시켰다.
단수의 연쇄 효과: 수도 시스템의 붕괴
정전은 곧 단수를 불러왔다. 2022년 10월경부터 키이우의 수도 펌프가 전력 부족으로 멈추며 물 공급이 끊겼다. 단수 가능성이 사전에 예고되어서 사전에 욕조에 물 받아놓기, 식수용 물 한달치 구매, 정수기 필터용 준비, 기타 예비용 물통을 다수 준비해 놓았다. 그나마 이를 통해서 단수가 되어도 당분간은 사용할 수 있었다. 아파트는 식수 이외에 화장실과 세면장, 주방에서 사용해야 하는 생활용수가 공급이 안되니 삶의 질이 확 떨어졌고, 특히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는 점은 매우 힘든 요소였다. 그나마 대부분 몇시간만에 다시 사용가능한 상태가 되돌아 와서 그러한 불편들을 감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단수는 전력 붕괴의 연쇄 효과로, 19층에서의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통신의 침묵: 고립된 19층
전력 손실은 통신망도 무너뜨렸다. 10월의 대규모 공격 이후, 키이우의 통신 타워가 타격을 입으며 휴대폰 신호가 약해졌다. 가끔 휴대폰 데이타가 먹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복구 노력과 해외 지원 등으로 생각보다 심하게 통신이 마비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데이타 통신이 느려지거나 한 통신회사의 네트워크가 작동하지 않거나 하는 상황이 있었지만 대부분 단시간에 복구되었고, 특히 대부분 시민들이 두개 통신사 심카드를 사용하는 듀얼심을 통해 제한사항을 극복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서방에서 러시아의 인터넷망 해킹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서 우크라이나의 통신망 및 인터넷 망이 잘 작동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등으로 지하시설 대피 중 전력 두절 등으로 인해 인터넷이나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사례는 자주 있어서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이런 것도 대부분 몇시간내에 복구되어 생각보다 인터넷이나 통신으로 인한 어려움을 적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전력 붕괴는 통신까지 연쇄적으로 무력화시킨다는 것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울 로얄층: 전력 붕괴의 그림자
키이우의 2022년 10월은 서울에 투영된다. 서울은 한국 전력 소비의 20%를 차지하며, 강북 지역의 변전소와 송전탑은 북한 장사정포(사거리 5460km) 타격권 안에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도봉구, 노원구 등 북쪽 전망을 면한 고층아파트는 포탄 도달 시간이 30초1분에 불과해 대피가 불가능하다. 변전소가 파괴되면 키이우처럼 즉각적인 정전이 발생하고, “로얄층”의 엘리베이터가 멈추며 19층에서 겪은 공포가 재현될 것이다. 한국전력은 평시 복구에 능하지만, 지속적인 포격 속에서는 키이우처럼 2주 이상 지연될 수 있다.수도 시스템도 취약하다. 서울은 하루 300만 톤의 물을 공급하지만, 펌프가 전력에 의존해 정전 시 단수가 불가피하다. 키이우에서 물통을 나르던 고난은 서울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통신망 역시 전력 붕괴로 무력화되며, 세계 최고 수준의 5G와 인터넷이 침묵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고층아파트는 전력망 붕괴로 생존의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교훈과 대책: 전력 붕괴를 막기 위해
2022년 10월의 키이우 19층에서 나는 전력 붕괴가 정전과 단수를 넘어 삶을 무너뜨린다는 걸 깨달았다. 서울의 “로얄층”도 같은 운명을 피하려면 대비가 필요하다:
- 전력 보호: 변전소와 송전탑에 방공망(THAAD) 배치, 고층아파트에 태양광+배터리 설치.
- 수도 대비: 비상 물 저장소 확대, 가정용 물 비축 키트 보급.
- 통신 백업: 위성 통신망과 비상 라디오망 확충.
장기적으로는 마이크로그리드(지역 독립 전력망)를 구축하고, 전시 복구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키이우의 10월 변전소 폭격과 송전탑 붕괴는 서울에 현실적 경고다.
결론: 10월의 깨달음
2022년 10월, 19층에서 정전 속 계단을 뛰어내리고, 단수로 물 한 방울을 아끼던 날들은 전력의 가치를 가르쳐 주었다. 서울의 고층아파트도 전력 붕괴 앞에서는 키이우의 19층과 다르지 않다. “로얄층”이라는 환상은 전쟁 속에서 무의미해질 수 있다. 키이우의 경험을 교훈 삼아, 전력과 수도, 통신을 지키는 것이 주거와 삶을 지키는 길이다.
참고자료 : 핵심 사회인프라는 1. 전력시설, 2. 통신망, 3. 교통망, 4. 수도시스템, 5.의료시설 등 기준으로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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