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동상 등 주요 상징물이나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키이우 시내의 주요 동상들에 대해서는 사대와 철판 등 구조물을 설치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고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조치해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역사적 상징물은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을 넘어 한 국가의 정체성, 자부심, 그리고 단결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전시 상황에서 그 보호 여부가 국민 정서와 전쟁의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글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어떻게 중요 상징물들을 보호하였고, 이러한 교훈을 통해 우리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시 당국이 도시의 기념물인 셰우첸코 동상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설치하고 있다. 2022.03.26/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역사적 상징물 파괴가 미치는 영향
타라스 보즈니약 르비우 국립미술관 관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예술과 역사가 없으면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이 약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서 “그가 전쟁을 하는 이유는 우리를 지워버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또한 이호르 코잔 안드레이 셰프티츠키 국립박물관 관장은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남으려면 모든 미술품을 지하에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워싱턴포스트, '22.3.14)
이렇듯 역사적 상징물은 그 국가의 생존과도 관련된 매우 중요한 요소중 하나인 것이며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
국민 정서: 역사적 인물의 동상이나 상징물이 파괴되면 국민들은 이를 국가 정체성과 자존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에서 키이우의 볼로디미르 대공 동상이 손상된다면 이는 단순한 물리적 파괴를 넘어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저항의 역사를 훼손하는 상징적 행위로 여겨질 것이다. 이는 국민들의 분노와 슬픔을 유발하며, 동시에 단결과 저항 의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
전쟁 여론 조성: 상징물의 파괴는 적대 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 전쟁에 대한 여론을 강경하게 만들 수 있거나. 반대로, 정부가 이를 방어하지 못했다고 느낄 경우 내부적으로 불신과 패배주의가 확산될 위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문화유산을 공격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국제적 비난과 함께 내부 결속력이 높아진 사례를 볼 수 있다.
전장의 군기: 군사적으로 상징물은 병사들의 사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 동상이 전쟁 중 파괴된다면 이는 군사적 패배뿐 아니라 정신적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이를 지켜낸다면 군대의 투지를 북돋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적 여론: 상징물 파괴는 국제 사회에서 전쟁의 야만성을 부각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2015년 IS가 시리아 팔미라 유적을 파괴했을 때 전 세계가 이를 규탄하며 반IS 연합이 강화된 것처럼, 우크라이나에서도 문화유산 공격이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이는 지원과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특히 유네스코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유적지 53개소가 파괴되었다고 공개하면서 유네스코 전문가들이 위성사진과 현장목격자의 보고서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유네스코가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지난 '22년 4월에 언급하기도 하였다.
우크라이나식 보호 조치
우크라이나에서는 동상 주위에 모래주머니나 방호벽을 쌓고, 일부는 철제 구조물로 덮는 등의 물리적 보호 조치를 취했다. 이는 포격과 폭발로부터 상징물을 지키기 위한 실용적인 방법이었고, 동시에 국민들에게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지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런 조치는 비용 대비 효과적이며 신속히 실행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전쟁에서는 철거 후 안전한 장소로의 이전이나 지하 보관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요 미술관 및 박물관에서는 소장품들을 지하로 옮기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우크라이나에서 조치한 조치로는 다음과 같다.
1. 물리적 방호: 모래주머니, 콘크리트 벽, 철재 덮개 등으로 즉각적인 피해를 막음.
2. 이동 및 보관: 소규모 상징물은 철거해 안전한 장소(지하 벙커나 박물관)로 옮김.
또한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흔적을 지우기 위해 '조국의 어머니 상'에서 '낫과 망치' 문양을 '삼지창' 문양으로 교체하였다. 조국의 어머니상은 드니프로강 오른쪽 기슭 언덕 꼭대기에 세워져 있다. 1981년 옛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높이는 62m에 달하며, 여전사가 오른손과 왼손에 각각 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제작됐다. 이번에 방패에 새로 설치된 삼지창 문양은 우크라이나의 뿌리가 된 중세 동유럽 국가 ‘키이우 루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성기를 이끈 볼로디미르 1세(재위 978∼1015년)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2년 이 삼지창 문양을 국장으로 채택하고 국기, 국가와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세 가지 공식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탈러시아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탈러시아 작업의 일환으로 러시아정교회와의 단절을 위해 성탄절을 매년 1월7일에서 12월 25일로 교체하기도 하였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마더랜드 동상 방패 문양을 삼지창으로 교체한 후의 모습(왼쪽)과 바꾸기 전의 모습. 로이터·EPA 연합뉴스)
한국의 주요 상징물 및 문화재에 대한 전시 대비 조치
한국의 경우, 광화문에 위치한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은 국가적 상징으로서 국민 정서와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그러나 현재 공식적으로 발표된 전시 대비 보호 계획은 명확히 공개되어 있지 않다. 6·25 전쟁 당시 경복궁 등 주요 문화재가 파괴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매뉴얼은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상황 추정해 본다면 국방부나 문화재청에서 전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비상 계획이 수립되어 있을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이는 기밀 사항일 수 있어 공개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다음 조치를 사전에 계획하는 것이 바람하다고 생각된다.
1. 사전 준비:
-광화문 일대가 전략적 타격 지점일 가능성을 분석하고, 동상의 위치적 취약성을 점검.
-보호 장비 상시 비치: 모래주머니나 철재 방호물 설치를 위한 자재를 인근에 비축.
-이동 계획 수립: 동상의 철거와 안전한 장소(예: 국립중앙박물관 지하)로의 이동을 위한 장비와 인력 준비.
2. 실행 방안:
-단기 보호: 우크라이나처럼 신속히 모래주머니나 콘크리트 벽으로 보호막 설치.
-장기 보존: 동상을 분리해 지하 벙커나 지방으로 이동. 예를 들어, 세종대왕 동상은 기단과 동상 본체가 분리 가능하므로 이를 활용 가능.
- 국민 소통: 보호 조치를 실시간으로 알리며 "우리의 상징을 지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기 진작.
3. 추가 고려:
-복제품 설치: 원본을 보존하고 복제품을 남겨 상징성을 유지.
- 3D 스캔 등으로 데이터를 확보해 파괴 후 복원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등의 조치도 가능.
4. 국제 협력: 유네스코 등과 협력해 전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국제적 지원 요청.
이 글에서는 하나의 상징적 예로 광화문에 위치한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을 예로 들었지만 우리나라에는 보호해야 할 많은 문화재들이 있다. 이러한 소중한 우리의 역사가 전쟁의 화마에서도 안전하게 보호가 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 주었으면 한다.
결 론
역사적 상징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국민의 정신적 지주이다. 우크라이나의 사례처럼 이를 지키는 것은 전쟁 중에도 희망과 저항의 상징으로 작용하며, 파괴는 반대로 패배감과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광화문 동상들은 전시 상황에서 최우선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하며, 사전에 물리적 방호와 이동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만약 현재 이런 계획이 없다면,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참고해 신속하고 실용적인 대비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도 잊지 않아야 사기와 단결력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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